후루카와 히데오의 소설 ‘헤이케모노가타리: 견왕의 권’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음악 장르는 노가쿠를 변형시킨 록이다. 600년 전, 무로마치 시대가 배경이다 보니 시대를 앞서간 음악가라는 설정이 재밌었다.

탐라에 뜬 팬아트가 인상적이어서 찾아보게 됐다. 고2 때, 입시학원에서 보여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감독의 영화였다. 당시에 내용이 너무 일남…스러웠지만, 작화나 연출이 정말 충격적으로 좋았다. 그래서 <견왕> 역시 기대하고 봤다. 호불호를 많이 탄다고 들었는데, 나는 호였다. 노래 자체도 취향이었고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제대로 이해 못했다. 여전히 헤이케가 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누오와 토모나의 관계성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누오는 아버지의 욕망으로 인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죽을 위기에 처한다. 아버지의 손에 죽은 다른 혼들이 이누오를 살려주었지만, 괴물로 태어나게 된다. 이누오는 이 혼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면서 저주를 풀고 인간이 된다. 혼과 이누오의 관계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이누오의 저주가 하나씩 풀리면서 마지막으로 얼굴이 공개됐을 때, 살짝 슬펐다. 인외의 꼴림이 사라지다니… 마치 <미녀와 야수>에서 사람으로 돌아온 야수를 봤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토모나 역시 쇼타일 때가 더 귀여웠어서 모두의 성장이 기쁘면서 아쉬운 마음이다.

토모나도 웃기는 캐릭터였다. 스님 주제에 머리를 기르고 옷을 다 벗고 롹을 한다는 설정이…ㅠㅠ
여자들한테 온 몸에 키스를 받은 장면도 정말 웃겼다.

부모님이 지어준 ‘토모나’도 극단에서 지어준 ‘토모이치’도 버리고 자신이 직접 지은 ‘토모아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로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있다’, ‘우리들은 여기에 있다’는 뜻의 토모아리로.

600년이 넘도록 떠나지 못한 토모아리와 그를 찾아낸 이누오. 눈이 마주치자 둘은 첫만남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때처럼, 토모아리는 비파를 연주하고, 이누오는 춤을 춘다. 그리고 계속해서 서로의 이름을 외친다. 그렇게 별이 되어…성불한다. 수미상관 연출이 정말 좋았다.

새로운 헤이케를 만드는 것과, 토모아리를 만나는 것을 금지당하자 이누오는 분노한다. 하지만 토모아리 단원들을 죽일 것이라 협박하니 얌전해진다. 곧바로 웃으면서 쇼군만을 위해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한다. 이누오는 그 좁은 왕의 공간에서 죽을 때까지 기존의 노래만 부르다 죽는다. 실성한 듯이 웃는 이누오와, 텅 빈 눈으로 노래 부르는 이누오가 안타까웠다.
며칠뒤… 감독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토모나는 예술의 형태로 견왕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반면 견왕은 그런 목적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는 데 부차적 수단으로 망령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토모나는 다른 걸 노래하라는 쇼군의 압박을 납득할 수 없었고, 견왕은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 쇼군의 정책에 영합할 수 있었다.’ 머리가 띵했다. 둘도 없는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했는데… 둘은 정말 다른 인물이었구나 싶었다. 내가 다 차인 기분이었다. 마지막까지 이누오가 배신할리 없다면서 죽어간 토모아리가 짠했다.(물론 이누오가 쇼군 밑에 들어간 것은 토모아리를 살리기 위함도 있었지만은…) 이누오는 정말 행복했을까… 얘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최애곡인 <고래>. 관객과 같이 부르는 것도 좋았고, 노래 역시 취향이었다.
이누오의 첫 무대인 <팔무덤>은 무대장치도 그렇고 노래가 매우 신났다. 특히 퀸의 <We Will Rock You>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좋았다.
<용중장>은 웅장하고 성가…같은 느낌이었는데, 딱히 취향은 아니었다. 서민들이 아닌 귀족 앞에서만 부르는 노래라 그런지, 지금까지의 이누오 무대와는 다르게 함께 즐길 수 없는 노래라 심심해서 아쉬웠다.

노래도 노래였지만, 무엇보다 이누오의 보이스가 정말 좋았다. 찾아보니 女王蜂(QUEEN BEE)에서 활동 중인 아부쨩이라는 보컬이었다. 멤버가 모두 본명과 실제 국적, 생년, 성별을 비밀로 하고 있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개같은 사과… 앱으로 7천원에 살 뻔한 했는데 다행히 카드 등록이 안 되어있어서… PC로 5천원에 결제했다.
궁금하신 분은 계정 빌려드릴테니까 찔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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